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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바인에 새로 생긴 "소아과 Urgent Care" |
며칠 전부터 하나가 귀가 계속 불편하다고 하고, 열은 없어도 컨디션이 별로라서 지난번 감기 때 콧물 때문에 중이염이 생겼나 해서 병원을 찾았다.
원래 가려던 병원에서 예약이 안돼서, 집 근처에 새로 생긴 소아과 urgent care를 방문했다.
생긴지 얼마 안돼서 시스템이 정립이 안 돼서 그런건지, 예약을 하고 방문했음에도 한 시간 정도 기다려야 했다.
그런데 딸내미가 엄청나게 잘 기다렸다. 시끄럽게 떠들지도 않고, 집에 가자고 조르지도 않고, 그냥 엄마랑 조잘조잘 대화 나누면서 잘 기다렸다.
중이염을 확인해보려고 하니 귀지가 너무 많아서 잘 안 보인다고 해서 우선 귀지 제거부터 했는데, 엄청난 양의 귀지가 귀에 들어있었다.
그리고 내부를 들여다보니 역시 중이염이었다.
약을 처방받고 집에 와서 샤워하고 밥먹고 약을 먹었다.
약통을 보니 1년 전쯤 먹었던 약통과 같은 약통이라 (같은 항생제고 같은 약국이라) 작년 생각이 났다.
어쩌면 그 때는 하나가 열이 날 때 항생제를 먹어서 그랬을 수도 있고,
어쩌면 그 때는 더 어려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그 때는 지금보다 모든 것이 더 걱정이었고 더 마음이 아팠다.
하나가 아파서 기운이 없는것도 마음이 아프고, 항생제를 하루에 두 번 꼬박꼬박 주려고 잊지 않고 챙기는 아내를 보면서도 쉽지 않겠다 싶었다.
그 때와 비교해보면 지금은 모든게 나아진 것 같다. 중이염이긴 하지만 열은 없고, 하나도 이 모든 과정을 잘 이해한다.
병원에서 의사가 하는 말도 다 알아듣고, 간호사들과도 대화가 돼서 귀지 제거도 막힘없이 잘 진행됐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서, 내가 아내를 덜 도와도 되게 되면서, 차츰 하나와 둘이 보내는 시간이 줄게 되면서, 하나가 이제 나보다 엄마를 확실히 좋아하는 모습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육아의 끝은 독립이라지만, 아직은 나한테 좀 더 의지해주면 좋겠으나, 일도 중요하니까 일을 안하고 둘이서 놀 수만은 없다. 그리고 하나도 학교를 다니니 시간 자체가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다.
적어도 지금보다 더 멀어지면 멀어졌지, 지금보다 가까워질 일이 있으려나? 생각해보니 물음표였다.
그런 관계에 최소한 불만은 없는게, 그냥 정직한 것 같다. 내가 엄마보다 하나랑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데 하나가 나보다 엄마를 좋아한다면 억울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난 그냥 내가 시간을 쓰는 만큼의 사랑과 의존을 받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임은 공정하니까 억울한 건 없지만, 약간의 아쉬움은 역시 있다.
딸과 아빠와 둘이 보내는 시간을 좀 만들어보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드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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